메뉴 건너뛰기

Kim Young Bin's Works Page

Story

이야기

Story

이야기

보고 싶은 쫑~

 

약 한달 전, 작업실에 집사람과 함께 갈 일이 있었다. 앞서가던 집사람이 현관에 도착했을 때,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고 주춤하고 섰다. 뒤 따라가던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집사람이 멈춰 서서 바라보던 곳을 보니 어려서 잘 날지 못하는 새끼 새가 짹짹 거리고 있었다. 어디서 온 것일까?

 

작업실은 4층빌라의 1층에 위치해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화실 현관 앞에 새끼 새가 길을 잃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주위를 살펴봐도 새둥지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 나무 둥지에서 날다가 떨어진 녀석이 빌라 현관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어린 학생들과 가끔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들이 있는데, 다행히 발견되지 않고 있던 것이다.

 

화실 현관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새끼 새는 기다렸다는 듯이 콩콩 뛰어 화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화실에 그림을 배우러오는 분이 계셔서 일단 화실 작은 방에 넣어두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 집사람에게 연락을 하여 새끼를 집으로 데리고 가자고 했다. 새를 운반할 작은 바구니를 들고 온 집사람과 함께 조심스럽게 집으로 데리고 갔다. 시간은 이미 저녁때가 되었다. 무슨 새일까? 인터넷을 뒤져 새의 특징과 사진을 비교해보니 딱새 새끼였다.

0.jpg

역시 먹을 것을 찾아보니, 벌레를 어미가 물어다 준다고 되어있고, 어느 사람은 미숫가루를 물에 개어 주사기로 먹이면 된다고 하고, 과일을 갈아 즙을 내어 먹이면 된다고 하였다. 벌레는 구하기 힘들어 미숫가루니 과일 즙이니 먹이려고 했지만 어미만 찾을 뿐 전혀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집사람이 이름을 쫑이라고 지었다. 쫑은 내 손위에서 계속 어미를 찾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이 층 빌라인데, 베란다 쪽으로 가서 하염없이 짹짹 거리고 있었다. 날 수만 있으면 날려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때였다. 배란다 바로 밖으로 어미와 애비로 보이는 딱새 두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서 베란다 넘어 새끼를 보고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어미 애비 새의 입에 벌레가 물려있었다. 새끼를 위하는 부모 새를 보자 마음이 찡했다. 어미 애비를 본 쫑은 더욱 큰 소리로 짹짹 거리고 있었고 두 마리의 부모 새는 계속 먹이를 물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방충망 열어 새끼와 만나게 하고 싶었지만, 쫑이 2층 바닥으로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했고,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집사람과 나는 저녁식사를 할 생각도 못하고 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오랫동안 전깃줄에 있었던 어미 애비 새도 날이 어두워지자 체념한 듯 날아갔고, 쫑만 여전히 애비 어미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베란다에서 멀리 떨어져 광경을 보던 우리는 부모 새가 날아간 뒤, 혼자 울고 있는 쫑을 불렀다. 쫑~ 쫑~~ 이리와~~ 그러자 말귀를 알아듣는 듯 날갯짓을 하며 콩콩 나에게 다가왔다. 손을 내밀자 손위로 냉큼 올라온다.

1.jpg

 

2.jpg

아직 어린 새라 그런지 추워하는 것 같아 손을 살짝 말아 쥐니 말아 쥔 손안으로 쏘옥 파고들어 고개를 묻고 있다. "쫑 제발 먹을 것을 먹고 힘을 길러 날아라. 날 수 있을 때 훨훨 어미 품으로 날려보내줄께~"

 

작은 티 스푼으로 먹여주는 물과 과일 즙, 그리고 집사람이 급히 삶은 계란 노른자와 잘게 부순 생고기 조각을 눈곱만큼 받아먹고 더 이상은 먹을 생각을 안 한다. 날은 어두워져 재워야 할 곳이 필요했다. 집사람이 작은 바구니에 종이를 국수처럼 좁고 길게 자른 것을 깔고 그 위에 솜을 펴 쫑의 잠자리를 만들었다.

 

아까 인터넷에서 쫑의 정보를 찾아볼 때 새끼 새는 보온을 잘 해줘야 한다는 것을 읽고, 초여름의 날씨였지만, 침대 밑 컴퓨터 옆에 놓았다. 천을 위에 덮어 아늑하게 해주었다. 포근한지 쫑의 울음소리는 작아졌고, 이내 조용히 잠이 들었다. 지 어미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밤늦게까지 컴퓨터 일을 하는 우리는 새벽 2~3시까지 일을 하면서 쫑의 상태에 주위를 기울였다. 집사람도 쫑의 바구니에서 기척이 없으면 왜 조용할까 며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살짝 천을 들취보면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새벽까지 일을 하고 잠시 눈을 부친 우리는 6시쯤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쫑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먹지를 못해서 힘이 빠진 듯 조그만 소리로 짹짹거리고 있었다. 배고프면 먹을까 다시 티스푼과 이쑤시개로 먹이를 먹이려고 하였지만, 전혀 먹을 생각을 안 한다.

그 때 베란다에서 어미 새소리가 들려왔다. 전깃줄에 어미새 인 듯한 새가 앉아 짹짹 거리고 있었다. 쫑을 데리고 베란다로 갔다. 어미 새의 소리를 들은 쫑은 힘이 나는지 더욱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먹이를 먹지 않아 내가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잠시 고민한 우리는 결심을 했다. 바구니에 쫑을 넣어 베란다 창문을 열어 매달아 놓고 우리가 자리를 비워주면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구니에 들어있던 쫑은 한동안 짹짹 거렸고 전깃줄에는 어미가 새끼를 바라보고 있었다. 쫑은 잠시 후에 바구니 가장자리로 올라서서 흔들거렸다. 불안했다. 잘못하면 2층 바닥으로 추락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다시 들여놓아도 먹지를 않아 키우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쫑의 운명이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서 쫑이 자연으로 돌아가 살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제 작업실 현관에 그냥 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십중팔구 어린 학생들의 손에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쫑이 둥지를 찾아가리라는 것은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어미 애비가 와서 데리고 간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 때였다. 왔다 갔다 하면서 집안일을 하던 집사람이 "바구니에 쫑이 없어……."하고는 베란다로 뛰어가서 밑을 바라보았다. 바구니 가장자리에서 날아보려고 뛰어내린 것이 틀림없었다. "쫑이 저기 바닥에 있네. 정신이 없는지 한동안 그냥 있어……. 그런데 떨어지다가 다리를 다쳤는지 절뚝거리는 것 같아." 나는 침대에 누워 집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제발 무사하게 살기를……. 내 손에 파고들던 쫑. 부르면 알아듣는 듯, 나에게 오는 쫑. 불과 몇 시간 동안 같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 같이 지낸듯하였다.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쫑의 이야기를 하며 방에 들어오는 집사람은 나의 눈물을 보며 놀란 눈치였다.

 

"울어? 에구……. 내가 내려가 볼까? 다시 데려올까?" 나는 목이 메어 말을 했다. "그냥 둬. 뭘 먹어야 데려오던 하지……. 쫑……. 바보……. 지가 기운 차리면 날려 보낼려고 했는데…….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베란다로 간 집사람은 내가 듣도록 크게 말을 했다. "쫑이 호박밭 덩쿨쪽으로 가네……. 거긴 시원하고 숨을 곳이 많고, 작은 벌레라도 있으니 잘 살 거야……."

 

그래……. 정이 들었던 쫑아~ 제발 잘 살아라……. 보고 싶은 쫑~~~

 

그 후 한 달 정도 지났다. 가끔 베란다 전깃줄에 쫑같은 녀석이 와서 한참을 지저귀고 간다. 쫑이 저렇게 컸을까?

 

아님……. 쫑의 부모 새인가? 어디서 튼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다.  쫑이 보고 싶다.

제목 날짜
희망소리전 file 2013.10.21
화가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쓴 잔소리 2009.01.18
한중 장애인 미술교류전 도록(중국제작) file 2010.12.23
피카소의 연인들 2008.10.10
판화가 오현철님의 글 (조영남 대작 무죄판결에 대한 의견) 2018.08.27
파주 출판단지에서 file 2008.05.28
추억의 사진들 file 2008.06.24
집에서 기르고 있는 구피들~ file 2011.08.31
지난 여름 연꽃 페스티벌 사진들... file 2008.12.10
지난 3,4회 개인전 축사 2011.01.13
제8회 경기국제미술창작협회 회원전 file 2014.10.19
제4회 장애인문화예술축제 - 2012년 9월 15일 여의도 file 2012.12.06
제2회 아름다운 동행전 (2012년 5월) file 2012.12.18
제 3 회 개인전 "실체와 형상" - 이모저모 file 2008.07.27
정말 웃겨요 ^^ (아저씨 이렇게 그려주세요!) file 2012.03.21
장애인 최초 청와대 문화특보로 발탁된 방귀희씨 전체공개 2012.03.18
작품과 지문 2012.03.19
작업실 file 2009.06.24
작가노트 080706 2008.07.06
입시미술학원 할 때 file 2014.01.03
인천대교 file 2010.07.12
이중섭 이야기中 에서.... 2008.02.25
웃기는 호칭 2015.04.14
우체국 갤러리의 강남역 지하 갤러리 모습 file 2012.08.25
오래전에 끄적였던 작가노트 들... 2009.11.27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있는 내 그림 file 2013.06.22
영흥도 스냅 file 2008.06.09
영덕이 2008.02.20
아티스트 월간지에 실린 작품 file 2015.07.09
스위스 바젤 스콥 아트페어 (6) - 마지막 날 file 2014.07.26
스위스 바젤 스콥 아트페어 (5) file 2014.07.26
스위스 바젤 스콥 아트페어 (4) file 2014.07.26
스위스 바젤 스콥 아트페어 (3) file 2014.07.25
스위스 바젤 스콥 아트페어 (2) file 2014.07.25
스위스 바젤 스콥 아트페어 (1) file 2014.07.25
솟대, 말걸다 책 내용 중 그린 삽화 file 2013.09.19
소록도와 여수 애양원 스냅 file 2008.06.09
서울장애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김재호 개인전 file 2010.07.12
서양화 작가와 함께 (에이블아트 센터에서) file 2011.08.31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 2010.01.17
보고싶은 쫑... file 2010.07.13
병풍의 수와 글씨 file 2012.02.03
변 덕 2008.02.23
배려 2008.03.21
미술치료수강, 옆지기의 생일파티 file 2010.07.12
명동성당 낮과 밤의 두 컷~ file 2010.12.09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진행하는 Program FabcoNN file 2018.11.30
단원미술관 누드크로키 스냅 file 2008.06.05
단양 소원을 이루는 바위 file 2008.05.28
네이버에 있는 빈아트 홈페이지 히스토리 file 2011.04.12
태그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