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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ung Bin's Works Page

Story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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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 Jan 17, 2010
  • 9122

사진과 그림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카메라의 기원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실적인 풍경과 인물을 쉽게 그리기 위하여 루이 다게르와 같은 화가들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소위 현재 카메라의 시초인 바늘구멍 사진기 (Pin hole camera)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어두운 방 한쪽에 작은 구멍을 뚫어 그 구멍을 통과한 풍경이 반대편에 거꾸로 투사되는 것을 그대로 베껴 그리는 행위가 쉽고 편했을 것이다.

 

사진기의 등장은 회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사진의 대용물로써 회화가 존재했다. 소위 사진같이 그린 초상화나 풍경화를 귀족들은 선호했고, 화가들은 그 욕구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사진기가 발달되어, 그러한 그림들의 필요성이 감소했을 때, 화가들은 사진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려고 애를 쓰기 시작하였다.

 

화가들은 카메라를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는데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작품 제작에 카메라를 이용한 화가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사진을 그대로 베끼는 것보다는 자신의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프란시스 베이컨도 사진을 이용하여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변형되고 뒤틀린 내면적인 자화상을 표현하였다는 것은 가히 그가 천재라고 불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사진보다 더 사진같이 그리는 하이퍼 리얼리즘 또는 포토리얼리즘이 1960년에서 1970년대에 유행했었다. 미국의 하이퍼와 유럽의 하이퍼는 차이를 보인다. 사진보다 더 세밀하고 치밀하게 그린다는 점은 같아도 화면에서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인간적인 감성을 모조리 빼고 그린 그림, 예를 들면 도시건물이나 거리풍경등의 그림인데 자동차에 반사된 반짝임이나 쇼우윈도우의 유리에 비춰진 빛까지도 사진보다 더 정교하게 그렸다. 어떻게 보면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서 카메라 렌즈가 표현하기 힘든 부분까지 더 리얼하게 묘사하여 기계보다 더 뛰어난 인간의 감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럽의 경우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 즉 계단에 드리워진 그림자속에 앉아있는 소녀라든지, 반쯤 채워진 욕조에 어른거리는 햇살 등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의 하이퍼보다는 유럽의 그것이 우리 감성에 맞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차장의 풍경, 폐선, 폐품등을 하이퍼로 그린 작가들이 있었고, 선배중에 하이퍼를 추구하신 고 박현규님이 있었다. 그 선배께서는 신문지에 싸여있는 캔버스의 뒷면을 소재로 삼으시곤 했는데, 꼬여 묶여있는 빨간색 포장끈 등, 얼마나 치밀하게 그렸는지 벽에 기대어 놓았을 때는 포장을 안뜯은 그림인 줄 알았던 사람이 많았다. 과연 그 세밀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이렇듯 사진을 이용하여 작품제작을 하는 것은 작가에 따라서 기가 막힌 걸작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편리하고 사용하기 쉽다고 사진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시간낭비, 재료낭비, 노력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은 카메라가 없는 집이 없을 만큼 많이 보급되어있다. 심지어 휴대폰에도 고성능카메라가 장착되는 세상이다보니 사진을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사진들을 자신의 작품에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쉽게 찍은 사진을 아무 생각없이 베끼는 것은 차라리 그 사진을 확대하여 벽에 걸어두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특히 그림에 처음 입문한 초보들은 사진을 베끼기에 급급한 경우를 많이 보게되는데, 그림을 가르치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심한 경우는 선생이라는 분이 그림 소재될 만한 사진을 손수 찍어, 인화까지하여 학생들에게 바치고 그걸 그리라는 수고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내가 그림을 배울 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시대가 변하였다고 해도 내 스승께서 해주신 한마디가 아직도 내 귀에 맴돌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 부터, 그림 그리는 사람의 자세이며 해야 할 일이다."

구상계열의 작품을 하시는 스승이셨지만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도록 하셨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과일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사다 놓으면 얼마되지 않아 썩는 과일 대신, 실제 과일과 구별 못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플라스틱 과일들을 사가지고 화실에 갔다. 스승께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칭찬은 커녕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네가 과일을 그리는 목적은 그 향기와 맛을 표현하고 싶은게 아니냐? 저것들에게서 맛과 향기를 어떻게 느끼고 그리려고 하는게냐? 어서 죄다 버리지 못해?!!"

 

맞는 말씀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 우리가 누드를 그리려고 할 때,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벌거벗은 몸을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고 그것을 프린트하여 베끼면 될 것을, 왜 모델을 직접보고 그리는 수고를 하는걸까?

끝으로 한 질문만 더 하고 싶다.

"여름날 축축한 연못가의 습한 공기를 느끼고, 비릿한 내음을 맡으며, 날 벌레의 날개짓 소리를 들으면서 그리는 연못 풍경과, 테레핀 냄새 풍기는 실내구석에서 연못 사진을 베낀 풍경화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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