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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c 01, 2009
  • 32963

‘도취’로서의 예술

 니체의 비극론은 이제 문화사적, 문헌학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즉 주관성과 자기망각의 변증법은 오늘날까지도 그 시의성을 잃지 않고 있다. ‘주체의 죽음’이라는 테마는 사실 포스트모던의 발명이 아니라 실은 급진적인 모던의 요청이자 기획이었다. 다만 이 주체의 해체 속에서, 그리하여 말하자면 이분법적 세계의 피안에서 자기와 세계의 몰아적인 합일 속에서 자기를 비로소 발견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이 존재의 수행과 관련된 “태도”에 대해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오직 미적 현상으로서만 현존재와 세계는 영원히 정당화된다.” 말하자면 현존재의 도덕적, 종교적 정당화는 존재하지 않고, 현존재는 오직 미적 현상이라는 관점 하에서만 비로소 의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니체는 후에 모던 예술의 핵심을 이루게 될 명제를 내놓은 것이다. 현존재에 대한 다른 모든 정당화가 낡은 것이 되었다면, 남는 것은 오직 미적 관점뿐이고, 예술이야말로 현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가능성이 되기 때문이다.

 

 니체에 따르면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예술이 필요하다. 오직 예술만이 “현존재의 끔찍하고 부조리한 모습에 대한 구역질 나는 생각을 표상으로 전환하여 우리로 하여금 그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모던의 미학을 위해 정식화한 가장 본질적이며 급진적인 생각일 것이다. ‘현존재의 슬픔과 무의미에 관한 진리는 너무 끔찍하도록 잔인하여 인간은 그 진리를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니체는 말한다. “미는 추하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예술이 있다. 우리가 진리로 인하여 몰락하지 않기 위하여.” “가상을, 환상, 기만, 생성과 변천을 향한 의지가 진리, 현실, 존재를 향한 의지보다 더 강하다. 쾌락은 고통보다 더 근원적이다.”

 

 하지만 니체가 삶의 끔찍함을 예술로 보상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니체가 말하려는 바는 ‘무의미함을 보상하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제는 그 무의미함이 우리에게 가하는 위협을 견뎌내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진리를 은폐하여 삶을 비로소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 바로 이것이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또한 필요하게 하는 것이다. 진리 속의 삶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술은 곧 삶을 향한 의지가 된다. 하지만 예술은 마취도 아니고 단순히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놓는 것도 아니다. 아폴론적 명료성과 디오니소스적 엑스타시의 통일로서 예술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진리의 형태이다. 다만 가상, 꿈, 도취로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지양할 뿐이다.

 

 니체에 따르면 철학자들의 진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 역시 ‘시’이며 ‘가상’에 불과하다. “진리란 그것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망각한 환상이다. 한번 사용되어 감각적으로 힘을 잃어버린 은유이다. 새겨진 문양이 지워진 동작, 그리하여 사람들이 더 이상 동전으로 바라보지 않는 금속 조각이다.” 이렇게 니체는 예술의 이름으로 철학을 공격한다. “두 개의 절대적으로 상이한 영역들, 즉 주관과 객관 사이에는 그 어떤 인과관계도, 그 어떤 올바름도, 그 어떤 표현도 없다. 기껏해야 미적 태도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진리와 인식이라 부르는 것은 결국 ‘시(=허구), 그것도 대개는 형편 없는 시일 뿐이다. 이렇게 니체와 함께 모던을 특징지우는 합리적 지식의 가상에 대한 위대한 거대한 회의, 삶의 자극제가 되는 예술의 절대화가 시작된다. 예술은 진리를 말하는 가운데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가운데 진리를 말한다.

 

 <진중권 교수의 강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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