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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v 30, 2009
  • 34137

1. 헤겔

모든 지혜의 원천이자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시. 이성과 현실과 모순, 도덕과 생명 활동의 모순의 극복. 다시 신화화한 예술에서 철학과 정치가 선전할 수는 있으나 늘 배반할 수밖에 없는 자유와 통일성을 실현하라는 요구. 모던의 예술이 늘 대결해야 했던 과제. 현대예술에 내재된 혁명적 파토스는 바로 이 낭만주의적 소망에서 비롯된 것. 구체적인 유토피아를 구상하여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자유로운 유희 속에서 합리적 방법과 직관적 창조의 뒤얽힘 속에서 이성과 감정의 잃어버린 통일성을 적어도 한순간 동안, 작품을 위해서 다시 설정하라는 요구.

 

 2. 슐레겔

(1) 장르 구별의 해체
(2) 창작 과정의 원칙적 비완결성
(3) 일상의 비루한 대상들의 예술적 위엄
(4) 삶의 미화
(5) 어린이와 천진한 이들의 창조성
(6) 서구의 교양의 전통과의 반어적 결별
(7) 예술가의 절대주권

 

 ‘자아-표현성’: 칸트와는 달리 천재는 자연의 총아가 아니라 주관성. 아포리즘, 편지나 일기처럼 주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미적 형식들이 낭만주의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낭만주의에 대한 헤겔의 규정) 그러나 낭만주의적 아이러니는 자기 부정, 자기와의 거리를 함축한다. 그리하여 그것은 예술가에게 작품에 대한 주권을 허용해 주나 주관성의 구성에서의 주권은 기각한다. 낭만주의적 아이러니는 예술가의 자기 거리 두기의 시도이다. 궁극적인 것을 인정할 수 없기에 끝없는 생산성으로 나타나는 모던 예술가의 자기 거리 취하기는 여기서 비롯된다.

 

 3. 오도 마르쿠바르트

아이러니는 “좌절의 미학을 표현하는” “선험적 마조히즘”. “선험적 마조히스트는 자기 자신의 역사적-사회적 존재의 부정으로 규정되기에 소통과 법의 외부에 있는 자가 된다. 그는 반사회적인 자의 규정과 성향을 갖는다. 범죄자, 광인, 무능력자…….” “자랑스럽게 자기 자신 안에 침잠해 있는 아이러니커는 (…) 자기에게 맞는 사회를 발견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는 자기가 속한 현실과 끝없는 불화(不和) 속에 들어간다. 때문에 그에게는 현실의 토대를 이루는 것, 현실을 정돈하고 지탱하는 것, 말하자면 도덕과 윤리를 유예시킨다.” “그는 심지어 후회하는 일도 있으나, 이때도 도덕적으로가 아니라 미적으로 후회를 한다.”

 

 4. 페르디난드 졸거

“아이러니 없이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 자체를 예술과 동일시하여 그것을 예술의 자기 재현으로 간주한다. 이념을 예술작품으로 객관화하는 것은 곧 그것을 작품 속에 고정시키나, 이는 곧 순수한 삶 자체로서 그것의 활동 속에서 이념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정신이 형식으로 전화하는 것은 경화, 고착화를 의미한다. 이것이 이념을 보는 대신에 치러야 할 댓가. 이것을 잊고 작품을 정신의 외화, 객관화로만 본다면, 거기서 “매우 생경한 것”이 나올 것이다. 미적 재현을 하게 되면 정신을 부정하게 된다는 아이러니의 인식이 바로 미적 재현에 “마술적인 매력”을 주는 것이다. 이념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러니는 하나의 부정적 활동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형식으로서 작품 속에 침전되는, 작품과 이념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다. 멜랑콜리.

 

 5. 키에르케고르

1) “시인이란 무엇인가? 불행한 자다. 그의 가슴에는 깊은 고통이 감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은 그 어떤 신음이나 절규가 그것을 통해 흘러나오더라도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리게 만들어져 있다. 그는 팔라리스의 황소 속에서 약한 불로 서서히 고통을 당하는 불행한 자와 같다. 그의 비명은 폭군의 귀에 도달하여 그를 무섭게 하지 못한다. 폭군에게 그것은 달콤한 음악처럼 들릴 뿐이다. 사람들은 그의 주위에 몰려들어 말한다. 다시 노래를 불러라. (중략) 그게 비명 소리라면 듣기에 끔찍하겠지만, 그 음악, 그 음악은 정말 사랑스럽다.”

 

 시인은 세계를 괴로워하고, 그의 예술은 이 고통의 표현이자 거기서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향유의 대상이 된다는 것, 고통 때문에 지르는 비명이 미적 사건으로 감지된다는 것. 여기에 예술가와 군중 사이에 오해가 있다. “시인이 되어 인간들에게 오해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마게르브로 섬에서 돼지치기가 되어 돼지들에게 이해 받는 게 낫다.” 이 오해는 오늘날까지 모던 예술의 역사를 특징짓는 것이기도 하다.

 

 2) 키에르케고르에게 낭만주의적 아이러니는 더 이상 시작(詩作)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삶 자체에 미적 형식을 주려는 시도이며, 도덕과 법이 지우는 의무를 놀이를 하듯 무효화하려는 시도이다. 그의 실험은 심리학적, 윤리적, 종교적 혹은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미적인 관점에서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최초의 시도였다.

이를 키에르케고르는 유혹자라는 문학적 형태로 시험한다. 에로틱한 직접성과 쾌락의 향유의 원리, 그리하여 미적 원리에 따르는 삶의 형식의 상징 돈환. 그는 감성과 순간성이라는 예술의 원리를 발견한다. “영혼의 사랑은 시간 속의 지속이고, 감성적 사랑은 시간 속에 소멸되는 것이며, 이 사라짐을 표현하는 매체가 바로 음악이다.” 유미주의자 A는 돈환의 한계를 비판한다. 그는 결코 사기를 치지 않는다. 감성은 미적인 것의 단지 한 측면일 뿐이며, 그것의 또 다른 측면은 정신과 합리성이다. 여기서 의식적이고, 반성적이고, 그리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모던한 미적인 삶의 형식을 구현하는 “반성된 유혹자”로서의 요하네스가 등장한다.

 

 예술이 만약 가상이라면 삶의 유미화는 그 자체가 허위와 기만이어야 한다. / “모든 인간은 지루하다.” “일생 동안 고독한 자는 지극히 창조적이다. 한 마리의 거미가 그에게는 오락이 될 수 있다. (중략) 희망을 내던져버린 후에야 비로소 인간은 예술적으로 사는 데에로 나아갈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기분전환은 과도한 오락이나 쾌락이 아니라 극단적인 집중과 금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예술은 과거를 현재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잊어버리는 데에 복무한다. 과거의 짐과 미래의 희망을 던져버릴 때 비로소 인간은 자기 자신 속에 머물 수가 있다. 여기서 주관성/시간성/직접성의 성좌가 등장한다.

 

 과거의 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공포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인간은 시간성을 극복할 수가 있다. 이때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현존을 가지고 자유롭게 유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헤겔이 말한 “불행한 의식”이 된다. 문명사적으로 볼 때, 진보의 원칙에 집착하는 문화들, 그리하여 미래의 관점에서 과거를 가공해야 하는 문화는 “불행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근대라는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다. 하나의 감각적 순간에서 또 다른 감각적 순간으로 끝없이 옮겨다녀야 하는 게 근대인의 조건. 이 휴식 없는 이동이 절망과 공포를 낳는다.

 

 <진중권 교수의 강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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