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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의 미학 (2)

김영빈 2009.11.25 21:26 조회 수 : 32412

■ 제2강 예술, 철학, 모던Ⅱ: 칸트의 형식미학

철학은 예술의 윤리적 무능 혹은 해악과 함께 인식론적 무능과 해악을 비난해 왔다. ‘진리’의 그리스적 의미가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보편지(普遍知)로서의 철학은 다양한 사물들 사이에 감추어진 공통성과 추상성과 필연성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그 사물들의 구체성, 다양성, 우연성을 감추게 된다. 따라서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면 철학은 그 자체가 진리이자 비진리라고 할 수 있다. 철학적 진리가 감추어 버린 이 측면, 철학적 진리로서는 포착이 불가능한 이 세계의 측면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적 진리’이다. 이렇게 예술적 진리를 다른 식으로 규정하면, 진리미학과 형식미학의 이원론적 대립은 해소되고, 예술적 진리와 철학적 진리는 이전의 적대적 관계에서 통약 불가능성을 갖춘 채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현대 예술이 철학과 맺는 관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과거의 진리미학에서 예술적 진리는 개별자에서 보편자로 상승하는 과정의 한 단계(역사 > 시 > 철학)로 규정되고, 그에 따라 철학적 진리의 하위에 놓이는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예술이 철학과 맺는 관계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현대예술은 철학의 힘으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사물의 우연적, 구체적, 가변적 측면을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적 진리’는 철학적 진리보다 우월하거나 최소한 대등한 것이다. 모던 예술을 특징지우는 ‘미적 자율성’의 이념은, 예술이 진리의무로부터 해방되는 단선적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진리’에 대한 특정한 관념, 즉 고전주의적 관념에서 해방되어 진리에 대한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예술은 철학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현대예술은 더 이상 어떤 철학적 진리의 삽화이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현대예술은 철학으로부터 독립한 후 더욱 더 철학에 의존하게 되었다. 사실 오늘날 전시회의 카탈로그에서 우리는 그림에 대한 설명보다는 최신의 철학이론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을 듣게 된다. 아도르노의 말에 따르면 예술은 진리를 소유할 수 있으나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철학은 진리를 표현할 수 있으나 소유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 말 속에는 철학과 예술과 모던의 성좌가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오늘날 예술은 자기가 소유한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 철학을 필요로 한다. 과연 이것은 무엇의 징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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